선물
매년 생일마다 서로 선물을 챙겨주는 친구들이 몇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갖고 싶은게 뭐냐고 묻는다.
올해부터는 그냥 서로서로 넘어갈 생각에 갖고싶은게 없다고 했더니 한놈은 빨리 고르라고 그래야 자기 생일에도
받지 않겠냐는 소리나 하고 있고 한명은 내심 또 서운해 하는듯 하고 한명은 서로 주고 받는걸 부러워하는듯
하여 그래 올해부턴 너도 나도 챙기자 해서 오히려 늘어나버렸다.
생일 선물이라는게 참, 아니 생일 선물이 아니라 선물이라는게 그렇듯 갖고는 싶지만 내 돈 주고는 사기가 아까운
그런 물건들을 고르기 마련인데 고민을 아무리 해봐도 잘 모르겠는거다.
가격대도 문제고.. 친구들 사이의 생일선물의 적정한 가격대란.. 서로 씀씀이나 생각하는거에 따라 다르니
이것도 참 애매하다.
물론 받은만큼 해주는건 당연한거고 그렇다 보니 고가의 선물은 서로서로 부담이고 에라 모르겠다 오만원선이면
되겠지. 이것저것 고르다 보니 어느샌가 만화책을 고르고 앉아있다.
할인행사 하는것도 많고 내가 좋아하던 작품이 애장판으로 나와있기도 했고 신간도 나와있고
마구마구 카트에 담다보니 끝도 없다.
올해부터 생일을 서로 챙기기로 한 친구에게,
- 야 만화책으로 오만원어치 사도 되냐?
-- ㅇㅇ 근데 실용적인걸 사.
웬지 만화책은 선물 주는 입장에선 좀 그런가보다. 나야 무지 갖고싶은데 생각해보니 좀 그런가.. 싶기도 하고.
- 생일선물로 만화책 사달라는 건 마치 cc이 집들이날 cc가 주전자 갖고 싶다는거랑 같은거냐?
-- ㅇㅇ
Aㅏ.. 그.. 그렇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로 만화책으로 받을 생각에 열심히 이것저것 담아놨는데 안되겠다 싶었다.
선물이라는건 주는 사람의 기분도 무척 중요하니까.
뭐 향수나 악세사리 속옷 화장품 등등 만만한건 이런것들인데 딱히 무지 갖고싶은것도 없고.
지구본도 참 갖고싶은게 있었는데 가격대도 맞고 지구본을 사달라 할까 하다... 실용성이라기 보다
인테리어 소품에 더 가까운 물건이라 참았다. 이런거야 말로 내 돈 주고 사기 아깝고 갖고는 싶은 물건이긴
한데 그래도 뭔가 선물로 받기가 아깝고 애매했다.
의외로 선물이라는건 해주는 사람보다 받는사람이 더 고민을 많이 한다. 요새는 선물을 받을 사람에게
갖고싶은걸 묻고 본인이 원하는 선물을 해주는게 대세다. 내 주변에선 나와 선물을 받는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한다. 물론 깜짝 선물같은건 제외지만, 가끔 깜짝 선물을 해줄때 나는 선물을 고르면서
되게 행복하다. 받을 사람이 얼마나 좋아할까 이런 생각에.. 그런걸 생각해 보면 선물이라는건 역시
받고 싶은걸 물어서 필요한걸 해주는게 실용성도 있고 더 좋겠지만 가끔은 고르게 하는것도 괜찮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와 취향이 정반대인 친구들은 예외다. 어제도 친구 하나가 그런다.
내가 뭐가 필요한지 갖고싶은게 뭔지 잘 모르겠다니까, --나야 내가 선물 고르는것도 좋아하고 악세사리
같은거 해주고 싶은데 분명 내 눈에 이뻐서 사서 선물하면 넌 백퍼센트 마음에 안들껄!!--
맞는 말이다. ㅋㅋㅋ여성스럽고 천상 여자인 이 친구가 이쁘다고 사올 선물을 생각 하면.... 음..
올해부터는 생일 챙겨왔던 친구들하고도 그냥 다 안챙기고 서로서로 그러려고 했었다.
물론 나 혼자만 생각한거지만..
은근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요즘 다들 주머니 사정도 안좋고 어느 누구가 좋겠냐만서도, 하여간 그냥 서로서로
안하고 퉁치고 술이나 한번 먹고 말려고 했는데
역시나 그래도 챙기기로 하는게 좋은것 같기도 하고.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좋은건 좋은거니까.
다른 기념일도 아니고 생일인데.
그러고 보니 내 생일이라고 나만 챙길줄 알았지 엄마는...
미역국이라도 손수 끓여볼까 생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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