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글쎄, 그 계집애가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우리 문단에는 세계의 문학작품 중에서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사랑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작품은 바로 황순원의 「소나기」다. 이 시골 소년과 소녀의 애틋한 이야기는 한국인에게는 잊기 어려운 추억과도 같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황순원 소설가는 과연 이 이야기를 어떻게 썼을까? 혹시 본인의 경험담인 것은 아닐까? 그가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 한 제자가 물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어떻게 쓰게 되었냐고.



소설가 황순원은 두 차례의 피난생활을 한 바 있다. 한 번은 6·25 동란 때문이며, 다른 한 번은 1·4 후퇴 때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가 6·25 동란을 피해 광주로 피난을 가던 시기로 추측 된다.

먼 길을 걸어서 떠나는 피난길에서 황순원은 어느 집 외양간에서 다른 피난민들과 함께 하룻밤을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날따라 여간해서는 잠을 이루기 어려웠던 황순원은 긴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거나, 작게 잡담을 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도 하였다. 그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공간에서, 뒤척이던 황순원의 귀에 두 사람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윤초시댁 증손녀가 죽었다고 그러지?”
“글쎄 그 계집애가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죽기 전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랬잖아?”


광주를 향한 피난길 내내 황순원은 그 대화를 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윤초시댁의 귀여운 증손녀. 그 어린 소녀의 죽음. 그리고 그녀의 기이한 부탁. 그 짧은 대화는 그 자체로 서정적인 비극이며, 범상치 않은 비밀을 갖고 있었다. 과연 왜 그 소녀는 죽기 전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했던가? 그녀는 어떻게 생겼을 것이며, 그 옷은 어떤 사연을 갖고 있었던 걸까?

죽음을 예감한 소녀의 이 소소한 부탁은 황순원을 끝없이 궁금하게 만들고, 또 상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 지리멸렬한 피난길은 「소나기」의 줄거리가 완성되는 과정이 되었다고 한다.

피난길에서 잠 못들 던 어느 밤, 우연히 들려온 두 사람의 속삭임. 그것이 오늘날 우리네 문학사에서 저토록 아름다운 이야기의 원천이 되었던 것이며, 잔망스러웠던 그녀를 영원히 살아 숨 쉬게 만들었던 것이다.
written by Joe (braincase@artnstudy.com)

출처 : 아트앤스터디



자주가는 카페에 붐님께서 퍼오신 게시물이 인상깊어서 내 블로그로 다시 끌어왔다.

정말 궁금하다. 무슨 연유로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했을까?

어린아이가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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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3 12:32 2010/09/03 12:32
toycan
관심사/:D 2010/09/03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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