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코 다케마루] 살육에 이르는 병






내가 좋아하는 추리소설쪽에서 나름 유명한 살육에 이르는 병을 이제서야 보았다.
생각보다 두께가 얇아서 책 읽는데 소요된 시간은 3~4시간 정도.
잔인하고 끔찍하고 반전이 있다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잔인하고 끔찍한건 수위가 높았고
반전은 뒤통수 칠만한 놀라운 반전은 아니었다.
일명 서술트릭이라는 건데 이것은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이미 경험한 것이다. 아, 그 이전에 애거서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도 서술트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술트릭이 무엇인지는 자세히 알고 있진 않았는데 이 책을 보고 이제서야 대충 정리가 될 듯 하다.
독자가 추리하는 것을 헷갈리게 하고, 분명히 이럴것이야 라고 생각하게 만든 다음 제대로 뒤통수 치는 것
이라고 표현하면 될까.

벚꽃지는 계절... 은 내가 정말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있어서 반전이라 참 좋아하는 작품이다.
가끔 심심하면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편인데 읽을때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반전을 알고 읽어도
내가 반전을 모를때 읽었던것 처럼 생각하고 읽히니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이 들 수밖에.

살육에 이르는 병도 그렇다. 이 책의 서술트릭을 설명하는 순간 그게 스포일러가 되니 설명할순 없지만,
이 작가도 또한 만만치 않게 대단하다. 마사코, 미노루, 히구치 이 셋의 시점에서만 번갈아 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그러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반전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힌트라면 힌트.

마지막즈음 대충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 추리하는 것에 재능이 없는 나는 헛다리 짚었을 뿐.

반전이라고 할만한건 범인이라는 것이고 범인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 혹은 연령대 라는 것이다.
이건 이미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에서 경험했던 서술 트릭인데 벚꽃지는.. 에서는 간단한 서술
트릭이었다면 살육에 이르는 병은 간단치만은 않다. 보고나서 응? 하면서 다시 앞페이지로 가게 만들고
여태까지 봤던 부분들을 다시 훑어보게 된다. 그 다음에 아.

정말 잘 쓴 책이다.
하지만 19금 딱지가 붙은건 괜히 붙은게 아니다. 읽는 내내 기분이 나빴고 하필 새벽즈음 읽기 시작한터라
조금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반전과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계속해서 손을 못놓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반전이나 스포일러는 아니고 전체적인 줄거리에 해당하며 주인공의 이상한 성애에 대해서 나오는데 그것은 바로
시체성애다. 책에는 여러가지 생소하기도 하고 들어본거 같기도 한 용어들이 나온다.
카니발리즘? 네크로필리아, 이상성애 등.
그리고 이상성애에는 두가지가 있는데 양적이상 질적이상이 있고 그것들은 임포텐츠와 페티쉬, 로리나 시체성애
등등으로 분류된다는 좀 전문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고보면 pc통신 시절 영화 동호회에서 영화평도 쓰고 시사회도 다니고 나름 활동을 했었는데
그때 호러영화제에 갔었을때 네크로만틱이라는 영화를 봤었다. 참으로 충격적이었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듯
네크로만틱은 시체성애에 관한 내용이다. 이미 이때 영화로 이런것도 있다는걸 알게 되서인지 책이 많이
충격적이진 않았지만 직접적인 묘사같은건 좀 거북함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단순히 시체성애라고 보기엔
잔인하고 끔찍하고 엽기적인 발상때문에 무서웠다. 더 무서운건 읽으면서 상상이 된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이런 이상성애를 갖게 되는 걸까.
처음부터 이상성애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책에서도 나오지만 주인공이 이상성애를 갖게 된 것은 어릴적 기억, 어릴때 잘못된 성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는
가정환경 같은 부분들. 딴소리지만 새삼 느꼈다. 자식교육이란 여러모로(어떤 의미든 어떤 방향에서든) 정말 중요하구나.

물론 어릴때 불우했다거나 잘못된 일그러진 기억을 가지고 있다던가 엄청난 수치심을 갖게 된 사건이 있었다거나
해서 범죄자가 되고 정신이상자가 되기도 하지만 죄 다 그런것은 아니다. 그런 기억을 갖고 있어도 마음 한켠에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두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것이다. 많을 것이다.
그래서 간혹 연쇄살인마라든지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나와서 가정환경 탓하고 사회 탓하고 하는데
솔직히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머리가 비상하고 뛰어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뭘까.
일명 화이트패스 라고 하던데.  그리고 나쁜 환경에서 태어났어도 잘 자라는 사람들도 정말 많을텐데.
자기 합리화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물론 분명히 그런 기억들이 어느정도 영향은 주었겠지만 모든걸 다
가정환경탓 사회탓으로 돌리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쓰다보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좀 빠진듯 한데, 아무튼 책은 추리,공포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입에 오르내릴만한
책이었다. 충격적이기도 하고 엽기적이기도 하고 반전 또한 훌륭한 편이었다.
아무리 서술 트릭에 대해 잘 아는 독자라 해도 반전을 유추하기는 힘들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굳이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 이런 책을 보면 생각보다 뒤끝과 찝찝함이 오래 간다.
나도 차라리 도서관(다니지도 않지만)같은데 가서 빌려 보고 올것을. 괜히 구매해버렸다. 물론 나는 책을 빌려보는
편은 아니고 구매해서 보는 편이긴 하지만 이건 좀.. 어째 찝찝하다.

재밌게 읽긴 했지만 두번은 안읽을 책. 한번 읽은걸로 끝일 책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센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책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06/02 10:42 2010/06/02 10:42
toycan
잡식취미/책을 2010/06/02 10:42

트랙백 주소 : http://toycan.co.kr/blog/trackback/406

댓글을 달아 주세요

[로그인][오픈아이디란?]

Powerd by Textcube, designed by criuce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