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J
중학교때,
중학교 3학년이 되자마자 키가 작은 탓에 앞에 앉아 있던 나는
반 친구들을 쭈욱 둘러보다가 뒷쪽에 앉아 있던 한 친구를 보고
그대로 그 친구에게 빠져들었다.
저 아이와 친해지고 싶다.
그때 당시 들었던 생각은 그것 뿐이었다.
하얗고 창백한 얼굴에 멍~해 보이는 표정
한편으론 모든게 심드렁해보이기도 했던 무표정했던 친구.
내가 친구를 보고 떠올린건
'에반게리온'의 '레이'였다.
그래 그때 그 친구를 보고 떠오른건 레이였다.
레이를 닮았어.
그렇게 3학년이 되고부터 나는 그 아이와 친해지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마치 맘에 드는 남자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듯이,
"우리 주말에 명동에 놀러가지 않을래?"
"이대에 맛있는 떡볶이 집이 있어. 같이 가지 않을래?"
성격이 불같고 급한 나와는 정 반대인
느긋하고 천천히 그리고 나보다 더 이성적인 친구는
그렇게 천천히 나와 친해졌다.
그렇게 3학년은 그 친구와 열심히 보냈던 것 같다.
그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편지를 써주면
질투를 하기도 하고
표현을 많이 하는 나에 비하면 조용하고 내성적이고
표현을 안하는 성격이었던 친구에게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고
그래서 가끔 서운하고 화도 나고 다투기도 했었다.
이런 저런 일도 많았고 추억도 많았는데
그렇게 계속 그 친구와 친하게 지내다가
스무살이 넘고
갑자기 친구와 연락이 끊겼다.
이유도 모른체..
그냥 친구에게 버림 받았다는 생각만 들어서
한동안 힘들었었다.
내 연락도 받지 않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아마도 스물 한살인가 두살때쯤 그렇게 연락이 끊기고
잊고 지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간간히 생각은 났지만 그때마다 부정하며 지냈다.
날 버린 친구야. 생각하지 말자..
그런 그 친구에게
작년에 연락이 왔다. 거의 4,5년만이었다.
내 아이디를 기억해서 네이버 쪽지가 왔고 메일이 왔다.
반갑기도 했고 궁금하기도 했고 원망스럽기도 했다.
연락을 했다.
어색하면 어쩌나. 너무 달라져버렸으면 어쩌나.
여전히 그대로였다.
우린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연락을 못했던 이유도 들었다.
어느정도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나라면 그렇게 안했겠지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 그대로 그건 어디까지나 내 입장이고 내 생각이니까.
친구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 성격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다시 기적적(?)으로 만났다.
다시 만나게 된 건 그 친구의 노력이 컸다.
나를 찾기 위해 내가 살던 집에도 찾아가 보고
우리 동네를 몇번 기웃거리기도 하고
전에 우리 엄마가 음식장사를 한적이 있었는데
그 가게도 찾아가보고 했다고..
그러다가 내가 자주 쓰던 아이디 메일이 생각나서
메일을 보냈다고..
그런데 난 한메일만 쓴다.
네이버에는 광고 메일과 쪽지가 가득.
그리고 네이버 메일, 쪽지는 확인을 거의 안한다.
한달에 한번?
그런데 다시 만날 운명이었는지
아무생각없이 밀리고 쌓인 쪽지랑 메일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갔다가 딱 발견한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찾아주었다는것에
너무 고마움을 느꼈고
솔직히 약간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잘 지내다 작년 사소한 일로 다툼이 있었다.
서로 감정이 격양된 상태라 그렇게 다투고
안보고 있었는데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고민을 참 많이 했다.
지금 연락해야돼. 지금이 연락할 때야..
그렇게 미루다 올해가 됐고,
용기를 내서 연락을 했다.
그래 이젠 내가 먼저 손내밀고 연락해야돼.
거의 10개월만이었다.
씹히면 어쩌지. 아 어쩔수 없지 뭐..
별 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연락이 왔다.
전화가 왔고 내 문자 보고 눈물날것 같았다고
내가 너무 보고 싶었다고
그래서 어제 싸이 다이어리에도 내 이야기를 썼다고(못살아)
그런데 연락해줘서 고맙다고 당장 보자고..
그래서 곧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친구란 뭘까.
가끔 다투고 나면 연락을 안하기도 하고 안받기도 하는데
난 누군가를 완벽히 끊어본 적이 없다.
그럴만큼 싫은 친구도 없었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면서 기억은 좋은 추억만 남겨둔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그립다.
너무 그리웠는데 혹시 나만 그런건 아닐까 싶었는데
시간이 많이 흘러서일까.
친구도 나를 너무 그리워했다는 말에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그냥 그런걸까? 친구는..
아무리 다퉈도 나중에 누구 하나가 머슥하게 손을 내밀면
아무렇지 않게 반갑게 받아줄수 있는 것.
물론 받아주지 못할만한 죄를 저질렀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P.s 그래서 우리가 싸운 이유가 뭐냐고.
앞뒤 다 자르고 이야기 하면 쉽게 말해서 략간의 정치적 문제였다.
허나 친구가 딴나라당도 m뿌 지지자도 아니였는데
사실상 큰 이유나 큰 일은 아니었다.
사실 가끔 민감하게 구는 내가 문제겠지.
이젠 많이 유~해졌다. 그런 쪽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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