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1 에이든과 함께한 하루.


 

크지만 사소한(?)일로 다투고 한동안 안보고 있었던 놈이 있었다.
거의 10년을 달려가는 우정이었는데 안봐지는건 한 순간이다 라는걸 몸소 느끼게 해준 놈이었다.
그런 놈에게서 며칠 전 아주 발랄하게 쪽지가 왔다.
[야 toycan! 그땐 내가 미안했다. 우리 다시 잘 지내보자~!]
-_-;;;;;;;;;;;;;;;;;;;
아 진짜 이 초딩색히.. 사과도 어쩜 저렇게 초딩스러울까.

순간 피식 웃음이 났고 난 [꺼져] 라고 보낼까 수도없이 고민을 하다가,
그래도 얼마나 지 혼자 고민을 하며 쪽지를 보냈겠나 싶어서 비슷하게 반응해주었다.

그러고 나니 안하던 짓거리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 꼬박 전화를 하질 않나. (10년 달려가는 우정이었지만 우린
전화따윈 별로 하지 않는 친구) 문자를 보내질 않나.. 그것도 애교 섞인 문자를. 오 마이 갓.
정말 헐 스러운 문자들이 날라왔다. 몇 문자에는 정말 [헐] 만 찍어서 보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헐은 정말 대단한 감탄사(?)이다. 어디다 가져다 붙여놔도 잘 어울린다.

나에게 저번주는 힘든 한주였기 때문에 나는 웃기지도 않는 문자에 꼬박 답장을 해주었다.
그래도 그렇게나마 한순간 정신을 팔고 있으니 새삼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주말에 나좀 맛난거 사줘 요즘 너무 힘들답니다]

앞서, 이 놈이 왜 에이든인지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겠다. 이 놈이 외국놈이어서는 아니고,
이놈의 직업 때문이다. 그렇다 놈은 뚝딱이.; 음. 가구 디자이너다.

미드 "섹스 앤 더 시티"를 본 사람들이라면 아! 할듯. 워낙 친했던 놈이라 이 놈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종종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그때 나의 언니와 베프는 이렇게 말했다.
"우와!!! 멋있다. 에이든이잖아. 에이든!!!! 섹스앤더시티!!"
아........... -_-a 난 왜 그 생각을 못해봤지?


그리하여 우리가 향한 곳은 헤이리.

분명히 일요일날 야외로 놀러가기로 했으니 토요일 술 적당히 먹어라 라고 그렇게 강조를 했건만.
이 술에 미친 사나이는 혼자 6~7병을 쳐묵하시고 살짝 힘든 상태로 나오심. 아오 저걸...

일단은 배부터 채우고 헤이리로 향하기로 결정.
우리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해장국집으로 데려갔다. 멀리서도 많이들 오는 이 집은 해장국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맛있다. 내가 마포에 살아요 하면 종종 이 해장국 집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놈은 선지 해장국. 저 뒤에 발바닥은..헐.




나는 콩나물 해장국.






해장국집에서부터 자꾸 사진을 찍는 나에게 놈은 물었다.
"왜 자꾸 사진을 찍어?"
"일기 쓸거거든."
"우와 너 일기도 써?"
"블로그. 멍충아."
"너 블로그에 사람 많이와?"
"아니야. 나만와. 나만하는 블로그야."

서울의 끝자락에서 이런 대화나 나누고있고.





갑자기 운전하던 놈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횻!! 저거 저거!! 저 차 보여?" (빨간색으로 표시한 차입니다.)
"어 보여."
"저거 저거 스포츠카. 저거 내가 진짜 갖고싶은거거든!!!! 그런데  우리 교수님이 차 디게 구렸는데 어느날
저걸로 바꿔오셨더라구~ 나 진짜 저 차에서 누가 내리는데 누군가 가만 보니까 우리 교수님이잖아! 나한테도
얼마나 자랑을 하시던지.. 근데 교수님 차는 흰색이야."
"그래?"
"응, 그래서 내가 교수님한테 그랬지. 교수님 그거 계속 타실거 아니시면 3,4년만 타시다가 저한테 중고로
파세요. 그랬더니 나한테 꼭 파시겠대!!!"
"야 근데 검정색이 훨 이쁜듯. 흰색은 구릴듯."
"야야, 그런 촌스런 흰색이 아니야~"
"근데 3,4년 후에 니가 저걸 살수나 있냐?ㅋㅋㅋㅋㅋㅋ" (완전 비웃음)
"어 살수 있어. 난 살수 있어. 살수있다고~~" (지 혼자 시크릿중)


 



중간 한컷. 날씨 진짜 최고 좋았는데 우중충하게 찍혔다.

"야, 맞어 나도 운전 좀 해야되는데 면허 딴지가...."
"너 면허도 있어?"
"장난하냐. 20살인가 21살 되자마자 땄어. 근데 그 후로 한번도 운전대를 못잡았어. 아.. 연수해야 하는데."
"내가 시켜줄게. 야 부산한번 찍고오면 베스트 드라이버야."
-_-;;;;;;;;;;;;;;;;
"그래? 그럼 부산한번 가자."
"아.. 아니 생각해보니 부산은 너무 멀고 정동진 한번 찍고 오자."
-_-


 


이런 저런 수다 끝에 헤이리 도착.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음.





표지판 한번 봐주시고 그래봤자 발길 닿는데로.





저 까만집을 보고 놈은 감탄했다.
저 집이 목표라나..

그렇다. 에이든의 서른살의 목표를 난 알고 있다.
첫번째로는 헤이리 마을에 사는것.(돈 있다고 여기서 살수 있는것이 아니다. 생각보다 까다롭다.)
두번째로는 아까 그 bmw인가 뭔가 하는 스포츠카를 사는것.
다른 놈이 이런 말을 했더라면 코웃음을 쳤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에이든은 정말 이룰것 같다.
지금 에이든이 목표를 향해 많은것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놈. 부럽다.

"야, 나도 니 꿈에 동참하면 안될까? 에이든 적금이라도 부어야 하나.."
"어? 너도 함께 할래?"
"야 집세 반 부담할게. 나도 여기서 살고 싶다."
"아냐~ 안그래도 돼. 그냥 빨래랑 청소랑 설거지랑..."
"-_-그냥 집세 반 부담 ㅇㅋ?"

이런 실없는 소리나 하면서 걷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어떤사람 집의 누군가의 개.
사람을 잘 따랐다. 잠시 멈춰서서 쓰다듬어 주었다.






산책하면서 두서없이 찍은 것들.





읭? 또 개다!!! 근데 뭐 저리 멍 하지? 처음엔 살아있는 개가 아닌줄 알았다.





패턴 테이블이라.. 역시 에이든 답게 가고싶다고 난리.





들어가기 전 앞서 한컷 더. 모든걸 달관한듯한 저 표정. 하지만 살짝 삐진듯해 보이기도 하는데.

들어가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였다. 1층에는 디자이너가 만든 여러가지 악세사리들이 있었다.
목걸이 귀걸이 반지 구두도 있었고 가방도 있었다.
가..가격이.......
제일 싼게 12000원인가. 반지. 내가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으니 놈은 날 끌고 2층으로 갔다. T_T
2,3층에는 그림도 있고 사진도 있고 또 조각상? 같은것도 있고. 예술은 잘 모르니.. -_-a
휘휘 둘러봄.

한참 걷다가 이제 슬슬 차 한잔 마시면서 쉬자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유일하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곳으로 갔다.





한사람당 만원입니다.
음료를 하나 고를 수 있다. 커피로 리필이 되니까 아이스티를 골랐고 에이든은 있어보이겠다고
라벤더차를 주문했다.





사람들이 가득 차있다.
여기는..
나를 처음 헤이리로 데려온 사람이 데려온 곳이다. 여길 좋아했었지.
정말 웃긴다. 지금은 그걸 웃으면서 생각하고 떠올릴수 있다니. 역시 시간이란 무섭다.





조용한 클래식이 흘러나온다.
그러다가!! 내가 유일하게 알고 좋아하는 곡이 나왔다. 오오오!! 투게더에 삽입된 차이코프스키~!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내 인생의 베스트 영화로 인해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라는것 까지만 안다.

음료수를 마시고 빵을 먹고 잡지를 봤다. 에이든도 책을 보겠다며 뭔가 하나 집더니 10분도 채 되지않아
내려놓는다. 나는 잡지 한권을 다 봤다. 에이든은 심심했는지 잡지를 같이 보면서 툭툭 말을 던진다.

그렇게 여기서 한시간 가량을 보내고..

슬슬 서울로 가기로 했다.





다시 서울로 가는 차 안에서.

"야 근데 나 한가지만 얘기 해도 되냐?"
"뭔데? 너 설마.."
"응. J. J말야."
"으아아아악!!!! 어떻게 넌 아직도 그애 이야기를 꺼내냐?"

J란 에이든의 구여친이다. 에이든은 J와 오랜시간 연애했다. 거의 8년? 정도로 알고 있다.
지금은 헤어진지 2,3년 정도 됐다. 나 정말 무신경한 여자인가? 그런데 에이든 하면 J가 꼭 같이 따라온단
말이지.
둘은 그랬다.
너무 끈끈했고 오랜시간 연애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당연히 난 둘이 결혼 할 줄 알았다.

"연락 없냐?"
"당연히 없지!!!!안해! 안해!!"
"ㅋㅋㅋㅋㅋ짜식. 야 근데 J 얘기를 나만해? 니 친구들도 꺼내지 않냐?"
"아 진짜 너만해 너만! 왜 다른애들도 전혀 안꺼내는데 넌 볼때마다 걔 얘기를 꺼내냐고!!!"


뭐.. 나 무신경한 친구 맞나보다.




차를 에이든 집앞에 세워두고 택시를 타고 마포로 고고.
마포에서 가장 유명한 고기집. 하면 조박집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사람 바글바글.
본관에 자리가 없어서 별관으로 갔다. 별관에서 먹어보긴 처음인데..
장난끼가 발동했다.
"소고기 먹으면 안돼?"
"야야야야야. 나중에 오빠 월급 타면 사줄게. 대신 마음 껏 시켜~"

돼지갈비 혼자 3인분 먹어버릴까.





2인분. 양이 생각보다 많다. 맛있어보여 하악하악





고기는 항상 내가 구워야 하지만!!! 처음엔 놈에게 맡겼다.
하지만 역시.. 보다 못해 나중엔 내가 집게와 가위를 잡았다.





아... 돼지갈비 만큼은 여기가 정말 맛있다.

돼지갈비를 뜯으며 또 나온 J 이야기.

"아마 걘 결혼했을거야. 분명해."
"야 그걸 니가 어떻게 아냐?"
"아냐 분명해 걘 했어. 하고도 남았어."
"아 뭐 어쨌든. 근데 왜 헤어졌다고 그랬지?"  <-최고의 무신경.
"너.. 진짜."
"아 맞다 걔가 바람폈지?" <-당신이 바로 무신경함의 최고봉
"어. 뭐 이해는해. 나하고 오래 만났고. 나한테 이야기 했었어. 더이상 널 봐도 떨리지 않는다고 그랬고.
스킨쉽을 해도 아무 느낌이 없다고 하더라.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대. 두근거림, 설레임을 느끼고
싶었겠지. 알다시피 걔는 내가 첫 남자였고.."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근데 그래놓고 너한테 다시 돌아왔다가 바람폈잖아. 그 현장에 너 있었다고
하지 않았냐? 걔네 집인가."
"응. 걔네 집 앞에서 아침까지 기다렸어. 정말 오기가 생기더라. 보통은 그렇게 되면 그 남자부터 보내고
나를 붙들고 이야기를 할거 아냐. 근데 끝까지 안나오더라."

"와 대박 대박. 그래서 그 남자애 봤냐? 잘생겼디?" <- 죄송합니다. ㅋㅋㅋㅋ
"그냥 뭐 보통이던데? 나보다야 못생겼지만." <- 에이든은 왕자병 말기다.
"야 아무튼 걘 진짜 후회할거야. 걘 진짜 솔직히 바보다, 바보라고. 새로운 사랑? 두근거림? 설레임?
야. 당연히 느끼고 싶겠지. 근데 진짜 중요한걸 모르는구만. 멍청하기는. 멍청한 기집애. 너하고 헤어지고
분명히 걘 못살고 있을거야. 땅을 치고 후회할껄?"
"결혼했을거같아."
"그래서 너 또 다시 돌아오면? 받아줄거잖아."
"미쳤냐? 미쳤어? 넌 내가 자존심도 없는줄 아냐?"

도대체 왜 자꾸 결혼했을거 같다는 생각을 하는걸까.
니가 자존심이 없는 놈이라는게 아닌데... 이놈도 바보다.





같이 나오는 국수도 맛있다.

돼지고기 3인분에(물론 둘이서 입니다....) 소주 두병을 비우고 2차로 고고.






2차는 가고 싶은 곳이 있었는데 문을 닫아서 어쩔수 없이 가까운데로 들어갔다.
여긴 정말 내가 잘 안가는 곳인데.. 분위기도 그렇고 맥주값도 그렇고.
아사이 생을 팔고 있었다. 캬 아사히 생!! 비싸지만 사랑스러운 너.
두잔 먹고 나왔다. 여기서 더 먹자고 했지만........





버들골 해삼이 너무 먹고싶어서......

"야 너 정말 나하고 연락 안하면서 여자 한명밖에 안만났어?"
"응. 진짜야."
"헐"
"근데 하루만에 헤어졌어.."
-_-;;;;;;;;;;;;;;;
"도대체 왜? 그럴거면 왜 만났냐?"
"아니 그냥.. 그 누나가 나 좋다고 엄청 티내길래 주변 친구들이 부추겨대서 그냥 사귀자고 하고 사귀었지."
"너 바보냐? 니가 좋아하면 사귀어야지."
"아 몰라.. 그냥 주변에서 자꾸 그러니까.. 그래서 사귀었다?
사귀기로 하고 나서 다음날 그 누나랑 술을 마셨어. 근데 술을 마시니까 누나가 조금씩 스킨쉽을
하더라고."

"응. 그래서? 당연한거 아냐? 사귀기로 했는데 뭐."
"응 그런데 자꾸 내 볼을 만지고.. 또 취해서 나한테 기대는데. 그게 너무 싫은거야. 정말 몸 자체에서
거부를해. 거부반응."

"야.. 너 이새끼 뻥까지마. 거부를해? 니가? 넌 남잔데??????"
"진짜라니까. 막 스킨쉽을 하는데 그게 너무 싫고 아.. 그냥 몰라 너무 싫었어.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더 늦어지면 그렇잖아. 그래서 그냥 바로 다음날 안되겠다고 했어.."


헐. 그 이유는 아직도 니가 J를.........
이랬다가는 울면서 뛰쳐 나갈거 같아서 아무말도 안했다.






아 진짜 맛있었다. 한접시 더 시키려고 했는데 다 떨어졌단다. 흑흑.
아쉬운데로 마무리는 가리비 회!



"야 우리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있었던 적은 처음이다. 야외 나온것도 처음이고."
"그러게. 맨날 신촌에서 술만 퍼마셨지."
"자주 좀 나오자. 이 오빠가 놀아줄게."


다음번엔..  미사리.. 미사리다. 미사리 하면 불륜의 장소만 떠오르는데.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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