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수 없는 삶의 방식을 제안한 고양이, 노튼


1983년 어느 날엔가 태어난 그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프로방스와 스페인, 이탈리아 등 유럽과 미국 전역의 셀 수 없이 많은 도시와 마을에 자신의 발자국을 찍었다.  그리고 여행하는 동안 만난 모든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가 보인 행동이라고는 그저 지그시 바라보거나 묵묵히 식사하거나 자신을 쓰다듬도록 허락하는 일 뿐이었음에도 사람들은 그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확신에 찼다. 그가 짧은 대답이라도 한 마디 할라치면 사람들은 그에게 있어 자신이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기쁨에 몸둘 바를 몰랐다.

 

로만 폴란스키나 안소니 홉킨스와 같은 유명인조차 만나고 싶어했으며 심지어 해리슨 포드로 하여금 기꺼이 자신의 똥(!)을 치우게 했다.

 

모두가 그를 사랑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가까이 가지 못한 사람조차 그를 좋아했다.

 

1999년 5월 8일 새벽 2시, 향년 16세 일기를 끝으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전 세계에 걸쳐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웃음 짓게 했고, 세상을 떠난 뒤에는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든 그의 이름은,


노튼이다. 


그리고 그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다. 고양이다.

 

노튼은 고양이로 태어나 세계 각지를 다니며 만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함께 거절하기 힘든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돌아오지 않을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그의 축복을 가장 많이 누린 이는 랜덤하우스의 편집장이자 방송과 영화작가이기도 하며 무엇보다 노튼의 동거인이라는 행운을 거머쥔, 바로 이 책의 저자 피터 게더스라는 '사람'이다.




 노튼 3부작. 1. 파리에 간 고양이 2.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그리고 가슴 저미는 3편,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알버트 슈바이처가 말했다.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고양이와 음악이다."라고.

 

그리고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한마리의 고양이는 또 하나를 데려오고 싶게 만든다"고 말했고,

 

마크 트웨인은 "신의 모든 창조물 중, 끈의 노예로 만들 수 없는것이 딱 한가지 있다. 그것은 고양이다. 만약 인간과 고양이와의 교배가 가능하다면 인간의 질은 더 향상될것이다. 하지만 고양이의 질은 떨어질 것이다."고 했다.

심지어 철의 사나이라는 윈스턴 처칠은 이렇게 말하기까지 했다.

 

"난 돼지가 좋다. 개는 우리를 올려다보고 고양이는 우리를 내려다 본다. 돼지는 우리를 동격으로 취급해준다."

 

 

이쯤되면 누군가 툴툴거릴 법도 하다. 도대체 주인도 무시하고 말도 잘 안 듣고 길들여지지도 않는 고양이따위가 뭐가 좋다고 저 난리들인가 하고 말이다.

 

저자 피터 게더스도 그랬다.

 

그는 '나의 진실 10가지' 목록에 '나는 고양이가 싫다'를 올려놓았던 사람이다.  매너는 깍듯하되 타인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쪼갠다는 건 그의 인생철학에 없었던 이야기였다.  그랬던 사람이 외출했다가 늦어지면 '주인이 다른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힌 거나 아닐까' 걱정할까봐 귀가를 서두르고, 유전자의 장벽만 극복할 수 있다면 고양이에게 자기 신장을 떼줄 수 있기를 소망하고, 자기 고양이에게 한없이 친절하게 대하는 수의사에게 청혼을 할까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의 인생은 노튼을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 셈이다.



고양이와 함께 지내보지 않은 사람은 납득하기가 힘들 것이다.

 

애완동물에 지나지 않는 고양이에게 그렇게까지 몸과 마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이. 천성적으로 타고난 바보가 아니면 고양이 외에는 의지할 데라곤 없는 자폐환자나, 연애에 족족 실패해 고립된 섬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이 노튼이라는 고양이가 특별하기는 하다. 


(고백하자면) 상당한 수준의 '냥빠'인 기자조차도 어떤 대목에서는 '정말로 이런 고양이가 세상에 존재한단 말인가'하고 의구심을 가질 때도 있었다. 

 

몇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의 해변 산책을 같이 하고, 항공기에 탑승하거나 사람이 북적거리는 식당이나 파티장, 사인회에 가서도 패닉에 빠지지만 않으면 안심일 여느 고양이와는 달리 당당하게 그 자리의 주인공으로 행세하는 에피소드들을 읽다보면 이 글을 쓴 고양이 주인의 꿈이나 상상을 묘사해놓은 책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만약 나에게 이런 인크레더블 고양이가 찾아왔다면 열 권 스무 권도 넘게 썼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16년 간의 동거에서 비롯된 숱한 이야기를 10년에 걸쳐 3권의 책으로 정제한 피터 게더스의 자제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랜덤하우스의 편집장이라는 직함이 말해주듯 그는 뛰어난 작가이자 편집자이다.

 



 노튼 3부작의 세계 각국 판 표지들. 사진출처 : 노튼 팬클럽 blog.naver.com/nortoncat



"고양이와 같이 사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고양이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엘런 페리 버클리


고양이에 관한 많은 편견이 있다.


개의 경우와 비교해가며 고양이의 특성을 그럴듯하게 정리한 말과 글도 많다. 단언컨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고양이를 겪어보지 않았거나 고양이가 자신을 사랑하도록 허락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고양이의 가장 뛰어난 능력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사람에게 굳이 그런 걸 가르쳐야 하느냐는 냉소적인 고양이도 있긴 하다만, 모든 사람이 다 훌륭하지 않다는 명제를 떠올려보면 고양이 세계에서 훌륭하지 않은 고양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피터 게더스의 노튼 삼부작은 어떤 특별한 고양이의 놀라운 행동과 묘기에 대한 일화를 다룬 책이 아니다. 노튼이라는 고양이가 저자를 포함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바로 그 점이 노튼이라는 고양이의 진정으로 특별하고 놀라운 면이다.


삼부작의 끝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절반은 이 리뷰를 쓰기 반나절 전에 읽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결국 어떤 내용이 나타날 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튼의 최후를 도저히 읽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읽고 싶지 않았던 거다.


떠밀리듯 읽어 내려간 노튼의 종말. 피터 게더스가 눈물을 찔끔거리거나 흘리거나 쏟았다고 쓴 부분이 나올 때마다 그의 문장에 최면걸린 것처럼 나도 같이 울었다. 


그러나 마지막 책장을 덮은 뒤에 남은 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훌륭한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당신의 삶 자체를 잠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가르침을 받는 것, 그런 스승이 있다면 말이다.


그런면에서 고양이는 인간의 스승이 될 수 있다.


고양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가 방금 무슨 행동을 했는지 돌아보게 만들고, 사랑하는 고양이를 위해 내가 무엇을 했거나 하지 않았거나 빼먹은 게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나아가서는 자기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노튼은 바로 자신의 동거인 피터 게더스에게 그 인생 최고의 선물을 남기고 간다.  그리고 피터 게더스는 이 책을 통해 노튼의 선물을 우리와 나눈다.


노튼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얼마 뒤, 뉴욕타임즈에 그의 부고 기사가 실렸다.
역사상 최초의 고양이 부고 기사였다.  뿐만 아니라 온갖 잡지와 라디오 방송,
TV 토크쇼에서도 노튼의 죽음을 다루었다. 전국민적인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글자가 보이시는가? 노튼의 죽음을 추모하는 아이들이
보낸 고양이에 관한 자작시 들이다
.









이 세 권을 들고 여행을 간다면 당신은 비행기 안에서, 숙소에서, 한적한 공원의 햇볕을 즐기는 와중에 틈날 때마다 낄낄거리고 한숨쉬고 부러워하다가 결국 눈물을 쏟고 말 것이다.


마지막 책이 너무 가슴 아파 우울한 여행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는 걱정과 망설임(이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면 고양이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본다. '그래서는 삶을 온전히 즐길 수 없지'라고 말하는 표정으로.)을 떨칠수만 있다면, 여행 가방에 꼭 챙겨넣길 권한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코 슬픔이 아니다. 


슬픔이 지나간 곳에 싹 트는 그 무엇을 보게 될 것이다.

덧붙여 말씀 드리자면,

절대 사람 많은 곳에선 읽지 마시길. 특히 근무중인 사무실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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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꼭 사야겠다. 아.. 다시 또 시작되는 고양이앓이.. 천식과 알레르기를 천년만년 달고 산다고 해도

키우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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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01 10:57 2010/02/01 10:57
toycan
관심사/:D 2010/02/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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