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라자
약 한달전쯤 드래곤라자를 다시 또 복습하고 좋아하는 구절들을 옮겨 적었다.
12권이다 보니 나중엔 지겨워서 말았지만..
몇달 후에 드라를 다시 복습할때는 완벽하게 모든 구절을 적어 놓으리라.
이영도 만쉐!!!
가을은 그래. 봄여름 동안 지상의 것들은 자신의 생명력으로 불타오르지. 하지만 가을의 손길이 닿는 순간, 그 생명력들은 스러지기 시작하고 이윽고 겨울. 그건 죽음이야. 그래서 가을은 신비로워. 죽음 직전의 생명들. 다가오는 죽음. 그리고 바로 이 시기에 생명력이 사그라들고 죽음이 찾아오기 직전, 모든 신비로운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는 짧은 시기가 있으니 그게 가을 어느 중간쯤에 있는 마력의 시간이야
마력의 시간이라는 것은 모든 장소에 각각 다르게 일어나. 분명 가을 어느 시기인 것은 확실해. 그런데 우연히 그 마력의 시간에 접어든 장소에 사람이 들어가면 그에게는 온갖 희귀한 일이 일어나지. 그 짧은 가을 동안, 낙엽이 대지를 덮기 시작하고 마침내 첫눈이 오게 될 때까지, 그 사람은 평생에 기억될 단 한번의 가을을 가지가 되지. 때론 모를 수도 있어. 그저 그 가을에 일어났던 일만 기억하다가 몇 년 후에나, 혹은 늙어버렸을때 겨우 알아차리게 되지. 하지만 자신이 마력의 시간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은 낙엽이 대지를 덮을 때부터 첫눈이 오기까지 놀라운 일을 이룩할 수 있지.
-후치가 제미니에게-
에, 나에겐 하나의 선이 있어요. 그 선 안쪽이면 친구고 그 선 바깥이면 타인이지요. 그리고 후치라고 불러요.
그 선은 뭔가요? 후치.
나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오크나 놀은 둘 다 날 생각하지 않는 놈들이니까 둘 다 돕지 않겠어요.
그럼, 난 당신들을 생각하지 않았으니 당신의 타인인가요?
현재로선 그래요. 친구가 될 수도 있었지만, 당신이 돕지 않았으니까.
-후치와 이루릴의 대화-
내가 알기로 유피넬은 조화 Cosmos이며 헬카네스는 Chaos이다. 그것은 신이라기보다는 어떤 법칙, 경향성을 나타낸다. 하지만 보통은 하나의 인격신인 것처럼 이야기 된다.
만물은 조화나 혼돈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혼돈이 없으면 조화도 없고, 조화가 없으면 혼돈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양자는 공생을 위해 시간을 만들었다. 시간이 있음으로써 비로소 양자는 공존할 수 있었고 그래서 유피넬과 헬카네스는 모두 만족했다 한다. 만물이 유전(流轉)도기 시작한 것이다. 혼돈이 되었다가 조화를 이루기도 하고, 조화 속에서 다시 혼돈으로 치달을 수도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게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다.
인간을 보자. 인간은 유피넬과 헬카네스 양자 모두를 따를 수 있다. 유피넬만이 인간을 다스린다면 세상은 정말 따분할 것이다. 일례로, 행운이라 불리는 것은 대개 헬카네스의 선물이다. 만일 주사위를 여섯 번 던져 모두 6이 나온다면 엄청난 행운이라 하겠지만 그것은 확률 법칙의 혼돈, 즉 헬카네스의 은총이다. 헬카네스의 은총을 받았다면 도박사가 되는 것이 최고일 것이다. 하지만 같은 관점에서 헬카네스 는 말도 안 되는 불운을 선물하기도 한다. 주사위를 여섯 번 던져 몽땅 1이 나완다면 그것도 헬카네스의 힘이다.
-후치의 설명-
바람 속에 흩날리는 코스모스를
폭풍을 잠재우는 꽃잎의 영광을
-칼과 에델린의 인사-
당신은 친구와 적을 나누는 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죠. 그러나 처음 보는 상대에게는 먼저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민다고 했지요. 난 그 말에 퍽 감동했어요. 당신은 헬카네스의 율법에 따라 혼란스러운 이 세상을 살기 위해 분명한 선은 가지고 있지만, 유피넬의 뜻에 따라 먼저 손을 내밀어요. 그것이 아름다워 보였어요. 유피넬과 헬카네스 양자를 모두 따르는 인간이니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의 세계는 모두 조화로워서 특별히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밀 줄 몰랐죠.
아마 우리가 드워프들과 사이가 나쁜 것도 그 때문일 거예요. 우리는 왜 드워프와 관계가 나쁜지 몰랐죠. 하지만 난 알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을 보고 알았죠. 우리는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밀 줄 몰라요. 우리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런 방식을 몰라요. 그것이 드워프들에겐 기분 나쁘게 보였던 것이에요.
그래서 나도 당신처럼 되고 싶었죠. 먼저 손을 내미는것, 그것을 배우고 싶었어요. 처음 보는 이 영지의 환자들을 돌보았어요. 그것이 기쁨일 거라고 생각했지요.
......기쁘지 않았어요?
기뻤어요. 그들의 감사하는 표정을 보는 것이 어떻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손을 내밀게 됨으로써 예전엔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게 뭐지요?
손을 내밀어도 받아주지 않을 때의 슬픔. 당신은 그것을 알고 있어서 뱀파이어에겐 손을 내밀지 않은 것이군요. 난 그것을 배웠어요. 고마워요, 후치. 당신처럼 익숙하게 손을 내밀 줄 알게 되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요.....
-후치와 이루릴의 대화-
설명하기가 힘들어. 어쨌든, 이루릴의 말을 듣고 있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예의 범절이라든가 훌륭한 문화 같은 것이, 모조리 서로에 대해 잘 알 수 없어서 불안한 인간의 종족의 슬픔 때문에 생겨난 것 같아. 아무런 의미도 없이 건네는 인사말, 〈좋은 아침입니다!〉마저도 서로 원수가 되지 않기 위해 외치는 말 같다구. 젠장
뭐? 원수?
그러니까......, 〈나는 이 아침을 즐기고 있는데 당신도 그렇지 않느냐? 그렇다면 우리는 같은 것을 즐기니 서로에게 화낼 필요가 없다. 되도록 유쾌하게 지내보자.〉이런식으로. 그러면 상대도 똑같이 대답하지. 〈좋은 아침입니다!〉사실 상대는 오늘 아침 변비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인사를 건넨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기 싫어서, 서로 나쁜 관계가 되기 싫어서 그냥 타성적으로 대답하는 거지. 우린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래, 그거야. 우린 상대를 모르기 때문에, 결국 서로를 위해 타성적으로 거짓말을 하는거지...... 나와 대단히 친한 사람이 아니라면, 〈얼어죽을, 뭐가 좋은 아침이야?〉따위로는 말하지 않는거지...... 우리는 죽을 때까지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니까, 결국 우리의 말과 행동의 상당 부분은 거짓말이나 가식이 되지. 예의 범절이란, 잘 조절된 거짓말. 그런것 같아....
그럴 때가 있지. 후치. 늘 알던 사람도, 어느날 갑자기〈저게 나 알던 그 사람인가?〉싶을 때가 있지. 우린 절대로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 그래서 항상 불안해. 그래서 예의 범절을 쓰지. -터커-
그런데 이루릴은 우리가 불안해서 상대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마치 모든 피조물과 친구가 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것 같니? 흠. 후치. 걱정 마. 엘프는 느리게 익히지만 절대로 잘못 배우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런가요?
반면 인간은 빨리 배우기 때문에 잘못 배울 일이 많지. 뭐, 선입견이라든가, 그런 것 있잖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그럼 완전한 종족은 없나요?
완전한 종족은 없어. 하지만 어느 종족에서든, 완전한 개인이 나올 수는 있어. 자기 종족의 약점만 극복하면 되니까.
-후치와 샌슨, 터커의 대화-
3권 1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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